
귀향 2. Rain, Daegu, Suseong Lake.
아주 아주 오래전..
82학번의 전설이 시작된 그 해 이 곳은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에
세련되지 않는 아지매 식당들과 막걸리 주점들이
상평상을 끼고 군데 군데 있었다.
근처 술도가에서 배달 됨직한 막걸리가 가득한 양은 주전자….
“잔”엔
고독이 채워지고,
상념이 채워지고,
분노가 채워지고,
이념이 채워지고….
삼삼오오 함께했던 그들은 각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난, 바라보지도 않았던 길을 복잡한 머리로 가고 있었다. 방황이었다 그때는.. 그 날 이곳이 처음이었고 모국을 떠나기전 마지막 발걸음이었다..
40여 년을 돌고 돌아 다시 찾은 이곳..
눈부시고도 아름답게 변해있었다.
4성급 수성호텔의 우아한 샹들리에 조명,
품위있는 coffee shop들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들,
오목조목 가게들에서 비치는 살겨운 붉은 전등들,
Menu가 끝이 없는 식당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현란한 빛들..
수만개의 불빛들이 물위로 반사되어 수성못의 밤은 눈이 부시었다.
이상화 시인의 “광야” 가 큰 비석에 새겨져 있고 주변을 빛들이 밝혀주고 있었다.
그 빛들을 따라 걸었다..
그날, 늦은 밤 장대비가 끝없이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 각기의 장소로 떠났고
비와 그들만이 남아있었다..
손바닥만한 우산속에 어깨를 스치며 쉴새없이 걸었고 그들의 대화도 끝이 없었다.
구멍난 우산속으로 비가 들어와 머리를 적였다.
편의점 상가에서 비싸게 산 우산은 돈값은 못했지만 엄청난 추억값을 해 주었다.
뚝뚝 빗방울이 머리를 적시고 이마를 타고 내려도 다시 머리위로 쓸어올리고,
빗물은 미소가 되어 있었다.
철벙철벙 장대비 길의 발걸음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골목안 wine bar로를 향했다. 그날의 red wine 이름은
“Rain, Daegu, Suseoung“ 이었다..
그들은 행복했고
각자의 삶을 살았던 두 전설의 82학번들은
되돌아 눈앞에 선 전설을 바라보았다.
”니 똑같다“
”니도“…..
“니 살아있어서 고맙다”
“니도 똑같다 안카나”
“니는 머언길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미당의 국화꽃 같다”
눈물이 진한 적색 wine 잔 속으로 뚝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