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turn Home 18. Beyond the Mountains
다시 시애틀로 돌아왔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아야 했지만,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그 사실을 잊은 채 곧장 입국장 밖으로 나와버렸다. 항공사 직원의 신속한 도움 덕분에 다시 들어가 짐을 찾을 수 있었고, 공항에서 기다리던 아들과 며느리를 무사히 만났다.
3년간 머물렀던 모국을 떠나 돌아왔지만, 마치 짧은 여행을 다녀온 듯 편안했다. 마음속의 걱정이 내려앉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듯한 평온함이 밀려왔다. 비행기 안에서는 ‘혹시 미국이 낯설게 느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나의 작품 속에는 산이 많다.
24년 전,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 세상은 첩첩이 겹친 산처럼 막막하고 낯설었다. 단 몇 개의 가방과 알 수 없는 시선 속에서 시작한 이민의 길은 불안하고 불완전한 여정이었다.
불완전한 성장은 언제나 나약하다 했다.
그래서 “Just do it.” 이렇게 달렸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불안이 스며들 틈을 허락하지 않기로.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며…
수많은 산을 넘어온 뒤, 나는 비로소 물을 만났다.
물은 건너보아야만 그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좀 살살 건너게 해줘”하고 세상에 청했다. 그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세상은 모질지만은 않았다.
이윽고 빛이 보였다.
고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아름답게 내렸고, 영원히 이어질 듯한 슬픔을 덮으며 그저 흘러가게 두었다. 그 눈은 어느새 빛나는 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Beyond the mountains.”
아름다웠다… 세상은 살 만했다…
이 작품은 한국에 계신 아주 아름다운 가족분들이 소장하고 계신다. 그분들 가정에 매일 매일 따뜻한 빛이 내리기를 소원한다.
